[GV 스케치] 새벽비행1
일시 2025.9.20(토) 16:00 상영 후
관객심사단 박연수
모더레이터 김경배 애니메이션 감독
김희재·신지우·박재은 〈자리 비움 | 사용중〉
김윤아 〈커피와 담배〉
강한나 〈지나가는 것〉
류이레 〈찐따밴드〉
박현정 〈다리기〉
정지선 〈자기절단〉
최하영 〈겁쟁이 노이프와 꼬프체크〉
김도진 〈비가 멈추는 곳〉

김경배 모더레이터(이하‘김경배’): 감독님들의 작품 소개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도진 감독(이하 '김도진'): 안녕하세요. 〈비가 멈추는 곳〉의 김도진입니다. 졸업작품이고, 저희 청년 세대가 사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예요.
꿈을 쫓는 능동적 삶이 아니라 비를 피해서 도망가는 수동적 삶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발상에서 시작했습니다.
최하영 감독(이하 '최하영'): 안녕하세요. 〈겁쟁이 노이프와 꼬프체크〉를 만든 최하영입니다. 서양학과 재학 중이고요.
전문적 지식이 충분하진 않은 상태에서 만든 작품인데 상영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전쟁 공포와 일상이라는 두 단어를 키워드로 제작했습니다.
저는 20대 대학 3학년인데, 저희 세대가 특정한 이념을 가진 세대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럼에도 전쟁에 대한 도발은 계속되고,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는 구역도 존재합니다.
그런데도 내 일상은 바쁘고 비슷하게 돌아가죠. 그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위치로 존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본 작업입니다.
정지선 감독(이하 '정지선') 안녕하세요. 저는 〈자기절단〉 감독 정지선입니다. 혹시 이런 걸 시키실까 봐 적어왔는데요. 의도가 잘 전해졌을지 모르겠습니다.
〈자기절단〉은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던 또 다른 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회 비판이나 저항을 유도하려는 의도는 아니고, 떼어내야 했던 나를 가엾고 쓸쓸한 마음으로 돌아보자는 마음에서 기획했습니다.
박현정 감독(이하 '박현정'): 안녕하세요. 〈다리기〉 연출 박현정입니다. 제목부터 말씀드리면, ‘줄다리기’에서 ‘줄’을 뺀 말이에요.
다리기에는 ‘줄을 당기다’라는 뜻도 있고, 어원을 파헤치면 ‘겨루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영상 속에서 개미와 주인공 인물이 겨루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이 제목을 지었습니다.
개미는 운명이나 신처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을 통칭해 상징으로 잡았습니다.
우리는 늘 선택과 운명 사이 기로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조차 어떻게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여러 에피소드로 풀었습니다.
류이레 감독(이하 '류이레'): 안녕하세요. 〈찐따밴드〉 감독 류이래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웃긴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점점 두 주인공의 우정을 응원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큰 화면으로 본 건 거의 처음이라 부끄러운 점도 많았지만, 웃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한나 감독(이하'강한나'): 안녕하세요. 〈지나가는 것〉을 만든 강한나입니다. 동문 류이레님과 같은 학교의 졸업작품이었고요. 성장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생의 한 페이지가 끝나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때 과거의 인연과의 이별이 필연적으로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성장과 이별은 동시에 이루어지고 불가피하지만, 그에 따르는 씁쓸한 정서를 담아보려 했습니다.
김윤아 감독(이하'김윤아'): 안녕하세요. 저는 〈커피와 담배〉 감독 김윤아입니다. 평소 좋아하는 ‘연애’와 ‘대화’를 커피와 담배라는 소재에 빗대어 표현했습니다.
관객분들이 카페에서 옆자리 커플 말싸움을 우연히 엿듣는 기분으로 봐주셨다면 정말 뿌듯합니다. 팀원 3명이서 열심히 만든 작품이 큰 화면으로 상영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김희재·신지우·박재은 감독(이하 '김희재', '신지우', '박재은'): 안녕하세요. 저희는 〈자리 비움 | 사용중〉을 만든 김희재, 신지우, 박재은입니다. 한국애니메이션고 3학년입니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혼자 있을 수 있는 독립적 공간이 존재할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고, 남자가 사회 속에서 독립적 공간을 찾을 수 있는 장소로 ‘화장실’을 사용하여
주 배경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습니다.

〈찐따밴드〉 류이레
Q. 저 〈찐따밴드〉 감독님께 질문이 있는데요. 작품이 너무 재미있게 봤고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너무 매력적이라 이모티콘으로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계획이 있으신가요?
A. 네, 없었습니다. 근데 이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꼭 사주세요.
〈겁쟁이 노이프와 꼬프체크〉 최하영
Q. 최하영 감독님께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맨 마지막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언급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는데, 그 장면을 만들기 위해 작품을 만든 건지, 아니면 만들다 보니 맞아 떨어져 넣은 건지 의도가 궁금합니다.
A.: 네. 말씀해 주신 것처럼 백석 시인의 시를 살짝 바꿔 인용해 엔딩에 삽입했습니다.
백석 시인은 고향이 지금은 북한으로 분류되는 곳이고, ‘나타샤’라는 이름은 러시아어권에서 자주 쓰는 이름이죠.
백석 시인은 생전에 러시아 문학을 좋아했고 러시아에 대한 애정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작업을 결심한 계기는 러-우 전쟁을 보며 제가 극심한 전쟁 공포를 느꼈던 경험이었습니다.
만약 백석 시인의 영혼이 아직 남아 있다면 이 상황에 대해 얼마나 통탄하실까 생각했습니다.
백석 시인이 러시아를 평화의 상징으로 인용하곤 했는데, 지금은 전쟁을 일으킨 국가, 전쟁 당사자가 되었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죠.
그래서 제목에서도 우크라이나어를 인용했고, 캐릭터 이름도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쓰이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시인인 백석을 인용하는 형태로 마무리하고자 했습니다.
〈비가 멈추는 곳〉 김도진
Q. 김도진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영상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작품이 20대의 현실을 담았다고 하셨는데, 마지막에 형제가 떨어지는 순간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질문 감사합니다. 작품 속 ‘비가 멈추는 곳’은 두 장소가 있습니다. 형제들이 결코 넘어갈 수 없는, 비로부터 안전한 ‘위쪽 지대’가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추락함으로써 만나게 되는 비가 공중에 멈춘 듯 정지하는 그 지점입니다. 물방울을 가까이서 보면 빛나고 아름답지만, 로봇들에겐 파괴적인 존재로 등장합니다. 저는 지구온난화·저출산·경제 저성장 같은 다가오는 재앙들로부터 도망치는 체험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 재앙은 사실 우리의 일상적 삶이기도 합니다. 형제가 추락함으로써 그런 일상과 하나가 되는 것이고, 능동적 삶을 포기하는 느낌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Q. 질문이 조금 많은데요. 먼저 〈비가 멈추는 곳〉의 ‘비가 닿지 않는 곳‘ 형제가 넘어갈 수 없는 곳에 있는 로봇들을 보면 푸른 눈이 있던데, 귀족의 ‘푸른 피’가 떠올랐습니다.
그 존재들은 무엇이고 형제들은 왜 닿을 수 없는지 궁금합니다.
A. 형제들은 평범한 청년 세대를 의미합니다. 고철 로봇으로 등장하고요. 위에 있는 로봇을 넣을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비로부터 안전한 상류층처럼 읽힐 수 있으니까요.
다만 재앙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지만, 형제가 태생적으로 낮은 지대에서 태어나 높은 지대로는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을 부각하고 싶어 위쪽 로봇들을 배치했습니다.
넘어갈 수 없는 다른 계급의 사람들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겁쟁이 노이프와 꼬프체크〉에서 ‘꼬프체크’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주인공을 믿고 따라준 여자친구는 어떤 의미인가요?
최하영: ‘꼬프체크’는 ‘노아의 방주’를 우크라이나어로 번역한 말입니다. 제가 번역한 건 아니고, 교양 러시아어 수업 교수님이 도와주셨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역도 가깝고 교류의 역사가 길어 언어적으로 사투리 정도의 차이를 가집니다. 방공호를 모티프로, ‘곧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 믿는 신념을 가진 캐릭터에게
‘노아의 방주’라는 키워드가 어울린다고 생각해 넣었습니다. 여자친구는 기능적 캐릭터입니다.
일상에서 우리를 밖으로 끌어내는 요소들을 고민했는데, 택배 기사 사인 요청(일상의 유혹), 집주인(물질적 권력), 깊은 정서적 교감을 가진 사람(정서적 유혹) 같은 상황에서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할지 보이도록 한 캐릭터입니다.
〈지나가는 것〉 강한나
Q. 〈지나가는 것〉 연출자께도 여쭙겠습니다. 주인공이 마지막에 친구를 잡는 ‘상상만’ 한 것은 그저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서였는지 의도가 궁금합니다.
성장과 이별이 동반된다고 하셨는데 ‘다시 돌아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A. 저는 모든 이별이 다시 아름다운 재회를 맞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채로 내버려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경험상 오래된 친구들과 만나면 과거 추억만 되새기고 그 외에는 더 나아가지 못해 다시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친구를 붙잡아 재회하는 결말은 보기엔 아름답지만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성장과 이별이 동반된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다시 돌아봄’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서는 바로 정리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김경배: 그럼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자리 비움 | 사용중〉 팀께 한 가지 묻겠습니다. 작품 속에서 ‘개미’가 또 등장하는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자리 비움 | 사용중〉 김희재·신지우·박재은
박재은: 주인공 남자는 복잡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처음 구상할 때 또 다른 사회를 이루며 드글드글 얽혀 있는 존재로 ‘개미’를 떠올렸습니다.
주인공이 화장실에서 무의식적 불안을 겪기 시작할 때 개미가 등장함으로써, 사회 속 방해와 ‘혼자 있을 수 없는 공동체성’을 담고자 가방 속에 개미를 등장시켰습니다.
김경배: 감사합니다. 강한나 감독님, 돌아봄에 대해 정리가 되었을까요?
강한나: 네. 주인공이 지하철 승강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친구를 ‘잘 살고 있구나’ 하고 그냥 넘기지 못하고 계속 쳐다보거나 상상으로 말을 걸어볼까 고민하며 추억을 떠올립니다.
저는 그게 미완의 관계이기 때문에 계속 돌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뇌는 이미 완결된 이야기는 더 생각하지 않지만, 중간에 끊긴 책이나 결말 없는 영화는 계속 짚어보게 된다고 하잖아요.
성장에는 이별이 따르지만, 그 이별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했기에 계속 돌아보는 거죠.
마지막에 상자를 열어 물건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피는 장면은 자기만의 관계의 결말을 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경배: 답변 감사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 한두 개 더 받겠습니다. 또 다른 분?
Q. 〈자리 비움 | 사용중〉 팀께 질문이 있습니다. 공간을 화장실로 설정하셨고 그게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데, 처음 화장실을 택한 이유와 그 특수성을 어떻게 사용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박재은: 화장실은 거의 모두가 살아가며 경험하는 공간이라 보편적 이야기에 부합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작은 개인적 경험이었어요. 가끔 사회를 살아가다 혼자이고 싶을 때 화장실에 들어가 개인적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그 경험에서 출발해 주인공의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김경배: 또 다른 분? 뒤쪽에 앉아 계신 분.
〈자기절단〉 정지선
Q. 〈자기절단〉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작품 중간에 또 다른 자신이 떨어져 나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자아는 영영 되찾을 수 없는 건가요?
만약 되찾을 수 있다면 그게 옳은 일인지도 궁금합니다.
A. 자전적 경험과 생각이 많이 담긴 작품이라, 저는 꼭 찾아서 붙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쪽입니다.
마지막에 쓰러진 주인공과 함께 나비가 다시 등장합니다. 언젠가는 자기 자신을 잘 붙이고 회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나타낸 것입니다.
김경배: 마지막 질문으로 〈커피와 담배〉 김윤아 감독님께 묻겠습니다. 작품 속 캐릭터 묘사와 대사·동작이 정말 현실적이었는데, 참고하신 게 있는지, 원래 그런 대사를 잘 만드시는지 궁금합니다.
〈커피와 담배〉 김윤아
김윤아: 대사는 제가 실제로 쓰는 말을 작품에 넣고 싶어서 팀원들과 즉흥 연기하듯 세 명이 둘러앉아 대사를 주고받으며 시나리오를 작성했습니다.
동작도 현실에서 흔히 하는 사소한 행동—랩을 뜯는다거나, 비닐 속에 손을 넣어 머리를 긁는 등—의 디테일을 하나하나 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김경배: 아쉽지만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감독님들, 영화제에 참석해 관객과 대화 나눈 소감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신지우: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정말 오고 싶었던 영화제에 오게 돼 영광이고, 다음에도 열심히 작품 만들겠습니다.
박재은: 관객의 자리에서 보던 곳이었는데, 직접 이 자리에 서게 되어 감동했습니다.
김희재: 자리에 설 수 있어 영광이었고, 작품 열심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윤아: 학생 때 선배들 작품을 보며 ‘저 상영관에 내 작품을 올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애니메이션 학도분들도 이런 기회를 얻길 바랍니다.
강한나: 제가 한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영화제가 인디애니페스트인데, 이 자리에서 관객분들을 만나 너무 영광이었습니다.
GV마다 긴장해 질문을 잘 이해 못할 때가 있는데, 오늘은 특히 더 그랬던 것 같아 죄송합니다. 그래도 영광이었습니다.
류이레: 상영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정말 좋은 자리였습니다. 다음엔 또 다른 작품으로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현정: 졸업작품이라 이런 큰 자리에 올 거라 기대하지 않았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좋은 영화제에 초청받아 많은 관객과 만나 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 너무 영광이고 기쁩니다. 재미있게 봐주셨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지선: 제 눈에는 부족한 작품인데 상영 기회를 주신 영화제 측에 감사드리고, 여기 계신 분들 중 조금이라도 제 작품을 보고 울림이 있었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하영: 작업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색다른 경험이었고, 다른 분들 작업도 너무 멋져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도진: 다른 감독님들 작품이 다 너무 좋아서 과연 여기에 껴도 되는지 얼떨떨했고 영광이었습니다.
앞으로 현실적인 이유로 영상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작업을 많은 관객 앞에서 보여드릴 수 있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김경배: 감사합니다. 오늘 질의는 이렇게 마무리하겠습니다. 참석해 주신 감독님들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