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21st Seoul Independent Animation Festival

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59월 18일(목) ~ 9월 23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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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츠 질바로디스와의 대화: 생존과 공존을 향한 예술적 오딧세이>

긴츠 질바로디스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플로우>는 이미지와 사운드만으로 스토리를 직조해낸 한 편의 긴 서사시와 같은 작품이다. 라트비아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상과 골든 글로브상의 영예를 안은 이 작품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적 세계의 황폐함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포착하며, 대홍수 이후 거친 물결 위에서 피어나는 끈질긴 생명의 의지와 존재의 본질을 한 고양이의 여정을 통해 놀랍도록 섬세하게 그려낸다.  

작품의 중심에는 ‘공존’이라는 메시지가 깃들어 있다. 인간의 흔적이 사라진 홍수로 뒤덮인 세상에서 동물들은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점차 두려움을 극복하고 생존을 모색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연대와 공동체의 가치를 묵직하게 전달한다. 고요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프레임 속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동물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생명의 본질, 존재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작 <어웨이 Away>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감독이 각본에서 편집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하며 자신만의 비전을 온전히 스크린에 옮겨낸 놀라운 성취의 흔적을 보여준다. 감독은 미니멀한 선율로 감정을 이끌어내고, 각 장면을 마치 움직이는 수채화처럼 펼쳐 보인다.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선 깊은 예술적 경험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아 완전한 몰입으로 이끈다.

표면적으로는 자연 재해의 모습을 빌렸지만, <플로우>는 실상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는 내면의 여정에 가깝다. 언어의 관습적 틀을 벗어나 이미지와 음악으로 서사를 구축한 이 작품은, 감독의 섬세한 예술적 감수성과 기술적 실험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독창적인 결과물로, 애니메이션이 도달할 수 있는 예술적 지평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플로우>는 단순히 ‘아름답다’는 수식으로는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강렬한 시각적 향연이자,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예술적 잠재력을 선언하는 작품이다. 

추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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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우 Flow
    긴츠 질바로디스 2024 1:25:00 2D Computer

    인간이 살았던 흔적만이 남아있는 세상, 홀로 집을 지키던 '고양이'는 갑작스러운 대홍수로 평화롭던 일상과 아늑했던 터전을 잃고 만다. 때마침 다가온 낡은 배에 올라탄 '고양이'는 그 안에서 '골든 리트리버', '카피바라',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를 만나고 서로의 차이점을 극복하고 팀을 이뤄 험난한 파도를 헤쳐나간다.